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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역사

[나의 역사] 인간관계...

by 와빠 2023. 5. 20.

대학원 때였다. 추석이었고, 난 자취방에서 출발해서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있었다. 랩실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형 X땠어요. 글로브박스 터졌어요. 

 

하아.... 왜? 갑자기?

 

모르겠어요. 오니깐 다 터져서 난리났어요.

 

하아...

 

난 원래 이 상황에서 다시 학교를 가야했다. 하지만 그냥 집으로 갔다.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난 랩실에 들어갈 때 대학원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었다. 공부할 자리가 필요했다. 마침 자리가 난 랩실이 있었고, 난 교수님의 수업을 괜찮게 생각했었다. 그 랩실이 뭘 연구하는 랩실인지 전혀 모른채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는 정말 과생활 열심히 하는 형 두명이 있었다. 난 과에서 총무였고, 형들은 적극적으로 과생활하는 날 든든하게 생각했고, 잘 대해줬다. 

 

술도 자주 사주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친해졌다. 형들은 정말 날 좋아했었다. 나 같은 동생있었으면 좋겠다며 항상 이야기 했고, 나도 그들이 좋았다. 편하게 지내면서 공부도 하고 시간을 쪼개서 실험만 조금 하면 되었었다. 난 배우는 걸 지금도 좋아한다. 이해하는 것에 대해 짜릿한 희열을 느끼는 편이다. 그런데 수업을 듣는 것과 랩실에서의 연구는 전혀 다른 배움이었다. 논문이란걸 읽으면서 이해해 나갈때 너무 재미있었다. 모르는 것들 투성이었고, 알고 싶은게 너무 많아져 버렸다. 

 

뭐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그렇게 대학원에 들어갔고, 한 선배는 석사까지 하고 졸업을 했고, 한 선배는 남아서 박사를 시작했다. 난 석사 1년차가 되었다. 그 무렵 박사를 시작한 선배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난 가서 3일동안 자리를 지켰고, 형을 위로해줬었다.

 

그 형은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못해 나와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자기 어머니가 어쨌니 저쨌니. 난 정말 이해할 수 가 없었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 아무리 대충 키웠어도 어릴 때 추억도 없는건가. 울면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형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항상 그랬다. 그리고 그 형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후회를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강박을 부리기 시작했고, 옆자리에 앉아있는 나는 그걸 그대로 다 받아냈다. 정말 편하게 지냈던 사람이 날 대놓고 무시하고 싫어하고, 후배들에게 내 욕을 하고 다녔다. 욕 내용은 이랬다. 열심히 안하니, 숨쉴때 숨소리가 너무 크니, 랩실 시간을 안지키니... 자잘한 뒷담화였다. 그리고 글로브 박스가 터졌다.

 

유기물 전자소자를 다루는 연구실이라 습기에 민감한 소재가 많았고, 건조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글로브 박스를 사용했다. 추석연휴 전에 글로브 박스를 정리하고, 습기를 없애는 촉매제 재생을 했다. 후배가 촉매제 재생을 했고, 키가 작은 후배가 밸브를 조금 덜 닫아 버렸다. 그 촉매제는 반응을 하면서 재생을 하는 방식이었고, 새어나온 뜨거운 열기는 글로브 박스안에 공기를 팽창시켰고, 약한 글로브가 찟어지면서 터져버린 것이다. 글로브 박스안에 재료는 다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때 2년 차였던 나는 그 곳에 가서 수습을 해야했지만 이미 집에 다 왔었고, 후배들에게 부탁을 했다. 추석쇠고 수습하자. 그 형은 추석연휴에 학교에 와서 그 상황을 봤고, 추석을 쇠고 돌아온 나는 내가 하지도 않은 일에 정말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엄청나게.. 그리고 대놓고 날 미워했다.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다.

 

난 친구가 되게 많았고, 사람들과 잘 지내는 편이었다. 하지만 날 이 정도로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난 충격이었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졸업할 때 논문도 2편을 썼고, 특허도 2개를 썼다. 취업기간을 빼고 1년 반만에 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난 랩실에서 모든 욕을 다 먹었다. 

 

사람마다 기준이 있다. 그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해서는 안되지만, 그 사람의 행동이 자기 기준과 다르다고 욕해서는 안된다.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진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불만 없이 지낼 수 있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난 2년동안 그렇게 지냈고, 인간관계에 대해 이런 생각들을 정리했다. 너무 친해도 안된다는 걸 알았다. 

 

난 졸업하기 전에 그 형에게 나의 이런 생각을 이야기 했고, 그 형은 미안하다고 울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너무 많이 와버렸었다. 나도 너무 많이 바뀌어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인간관계는 최소한으로 유지한다. 회사에서 주변에 근무를 하게 되면 친하게 지내지만, 부서를 옮기고 다른일 하게 되면 그 정도의 관계로 다시 변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정도의 인간관계에 편안함을 느낀다. 결국 오래봐도 편안한 사람들은 알아서 추려지게 되었고, 사람들을 모두 챙길 시간도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사람들과 잘내려고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적당히 해도 알아서 정리가 된다. 나와 맞는 사람은 알아서 자주 보게 되고, 잘 안맞는 사람은 덜 보게 된다.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지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말아라. 어차피 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핵심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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