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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역사] 술...

by 와빠 2023. 5. 24.

어떻게 소주가 달아요? 

 

며칠전에 회사 후배가 나한테 물었다.

 

야 소주만 아무 생각 안하고 마셔봐라. 엄청 달지. 설탕 얼마나 넣었는데.

요즘 제로 슈가 나오잖아

 

그래도 한번도 안 달던데?

 

 

난 정말 소주가 달다.

 

이태원 클라스에서 "술 맛이 어떠냐?" 물어보던 손현주에 말에 난 항상 대답했을 것 같다.

"너무 맛있어요. 맨날 먹고 싶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다. 술 다 뺐겻다. 난 뭐 사가진 않았지만. 첫째날 애들과 방에 모여 그냥 이야기 하고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검은 봉지 하나를 들고 오셨다. 방에 20명 정도 있었다. 시꺼맸다. 발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올 정도로 방에 모여 있었다. 검은 봉지에는 소주 세병이 있었다. 와 내가 드이어 술을 마셔보는구나! 정말 흥분되었었다. 아직도 생생하다. 선생님은 많이 취해서 오셨다. 딱 한잔씩 따라 준다고 하셨다. 줄줄이 종이컵을 돌려가면서 줄서서 받았다.

 

한모금 딱 먹으면서 딱 넘기는데. 꿀꺽 넘어갔다. 그리고 입안에 달달함이 남았다. 왜 달지 그렇게 달지는 않네? 그렇지만 코에서 나는 냄새는 아직 단데? 아니? 아직 단데? 아니? 아직 단데? 깐족 거리면서 단내를 풍겼다. 혀 끝에 남은 소주는 아직도 달았다. 달죠? 하면서 은은하게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장난스럽지만 겸손한 꿀물 같았다.

 

나의 첫 술은 아직도 그 맛이 입에 감돌 정도로 생생하다. 난 한잔씩만 마시라고 했지만 줄서서 2잔 더 마셨다. 그리고 다음날 생각났다. 와 술이 맛있는 거구나. 사람들이 그래서 술을 그렇게 마시는구나. 와 진짜 달았네. 어째 그리 맛있지. 와 말도 안되네. 언제 또 마실 수 있지. 방법 없나.

 

그렇게 첫만남은 강렬했다. 

 

대학을 가고 '새내기 배움터' 새터는 신입생들의 첫 MT이다. 난 그때 부터 한번씩 술이 쓰게 느껴졌다. 난 정말 술을 드립다 부었다. 맛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부터는 적당히가 없었다. 새벽이 되면 공기 자체가 알콜로 바뀐다. 술을 안 마셔도 숨만 쉬어도 취할 정도로 술을 먹인다. 새벽 내 신발에 누가 토하는 바람에 난 새벽에 신발을 빨아야 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잠같지도 않은 잠을 자고 복도에 움크리고 있던 나는 선배님 화장실 다녀올게요 하고 화장실에 갔다. 그리고 난 화장실에서 세번 의식을 잃었다. 넘어지고 친구가 세워줘서 일어나고, 넘어지고, 세워주고, 넘어지고 친구가 날 흔들어서 깼다. 아 이게 쓰러지는 거구나. 난 전혀 아프지도 않았고, 넘어진 기억도 없었다. 와 이렇게는 먹으면 안되는구나...

 

5월 축제가 왔다. 난 축제가 왜 하는지 뭐 하는지도 몰랐는데. 주막이란걸 한단다. 너는 선배들이랑 술이나 마시고 팔아라고 했다. 음식 같은건 하나도 안 도와 줬다. 선배들과 앉아서 술만 마셨다. 여섯시부터 열두시까지였나. 내가 내 손으로 깐 소주가 10병 정도였다. 그리고 기억이 잠깐 안나다가 백세주 먹자고 해서 먹다가 일어나니 아침이었다. 기숙사에서 자고 있었다. 난 야외 주막에서 술 마시다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잠이 들었고, 선배들은 폭탄주를 만들어서 날 깨워서 백세주라고 하고 마시게 했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었고 그대로 쓰러졌다고 한다. 친구들은 리어카에다 날 실어 날랐고, 기숙사에 끌고 가서 재웠다고 한다. 일어나서 기숙사에서 샤워를 하는데 머리에서 피떡이 있었다. 와 그렇게 아프다니. 그래도 젊을때라 속이 아프거나 피곤하진 않았다

 

하지만 군대 신검 받을 때 20살에 지방간이 있었다. 군무관이 나한테 엄청 인상을 쓰며 잔소리를 했다. 너는 20살에 무슨 지방간이냐 술 적당히 마셔라. 난 아직 지방간이 심하다

 

난 아직도 술을 아주 좋아한다. 술에 대한 추억이 너무도 많지만 쓸려니 너무 길어질 것 같다.

 

40을 바라보며 원래 이 때쯤 되면 친구들은 폭탄주 한잔 말아놓고 홀짝 홀짝들 마시지만.

난 아직 현역이다. 어디가서 술 뺀적 없이 항상 최선을 다해 먹는다. 아주 이성적인 상태로 집에 도착해서 항상 샤워까지 하고 잠이 든다. 그리고 다음날이면 집에 오는 길은 기억에 없다. 

 

술이 아직도 달다. 너무 달다. 맛있는 음식과 먹을 때 최고다. 좋은 사람들과 먹으면 더 좋다. 인생의 활력이다. 힘든날 집에서 소주 한병 까서 그냥 털털 털어 글라스에 담아 쭈욱 마셔도. 달다. 참. 술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