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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역사] 돈 걱정 히스토리..

by 와빠 2023. 5. 18.

초등학교 시절 학원가는 버스를 타러가기 전이었다. 동네 아파트에 있는 작은 슈퍼로 간다.

500원짜리 두유 하나를 집는다. 이제 학원 버스를 기다리며 두유를 먹는다.

 

난 일주일에 용돈 500원을 받았고, 매주 수요일 그 돈으로 두유 하나를 사먹는 것으로 용돈을 썼다. 그리고 학원 기다리는 가게 앞 문턱에 앉아 생각했었다.

 

우리집은 못 사니깐 이렇게 500원 쓰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이거면 된거지.

 

IMF때 아버지는 회사에서 나오셨다. 난 중학생이었고,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수학여행 가기 3일 전 어머니가 수학여행 갈 돈을 만들었다고 주셨지만, 안간다고 했다. 이미 선생님께 말했고, 친구들에게도 말했고, 가기도 싫어졌다고. 어머니는 알겠다고 하셨다.

 

난 다른학년이랑 간 대구의 놀이공원에서 혼자 다니며 엄마가 싸준 김밥을 벤치에 앉아 먹으면서 울었다.

 

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3학년때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했고 성적도 반에서 10등 안에는 들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라고 하셨다. 난 그때 정말 알았다. 우리집은 그 정도로 가난하다는 걸 알았다. 근데 그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다. 난 당연히 대학에 갈 수 있고 공부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께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고 싶다고 말했고, 어머니는 그렇게 하자고 하셨다. 이게 감사하다고 해야하는 건지 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들어간 고등학교에서 너무 잘 지냈다. 친구도 많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집은 나아지는 건 없었다. 아버지는 아직도 밤새 일을 하시고 오셨고, 어머니랑 아버지는 돈 때문에 싸우셨다. 어머니는 카드로 돌려막기를 매일 하신다고 매일 은행 ATM기에서 씨름하고 계셨다. 난 알고 있었다. 내가 돈을 해결하지 않으면 대학을 당연히 못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형은 몰랐다

 

우리형은 수능을 치고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루 하고 그만두고 왔다. 술을 마시고 와서는 나에게 말했다. 히야는 우리집이 이렇게 못 사는 줄 몰랐다. 돼지 니는 공부 열심히 해서 국립대학교 가래이. 우리형은 몰랐다. 그게 사실인지 그 때 안 것이다. 우리형은 반장학금을 받고 집 주변 사립대학을 낮춰서 들어갔다. 나는 우리형에게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건지 몰랐다. 내가 대학에 가는 건 나한테 달린거였으니깐. 

 

나는 국립대를 들어갔고, 4년 이공계 장학금을 받았다. 그리고 쓰디쓴 20대가 시작되었다. 학교는 공짜로 다닐 수 있지만 먹고 돌아다니는 데는 돈이 들었다. 난 첫 여름 방학때 집에서 나갈 수 없었다. 버스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 여자친구는 돈이 많았다. 나랑 만날 때 돈을 자기가 썼고, 결국 그게 터져서 불평을 했고, 난 자존감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 한 돈은 일주일만에 여자친구에게 다 써버렸고,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지냈다. 그리고 헤어졌다. 그리고는 연애를 하는 건 불가능했다. 내게 연애는 돈이 있어야 하는 거였다.

 

군대를 갔다. 2년 2개월 동안 난 너무나 마음 편하게 지냈다. 제대하기 전에는 조금 불안했지만 걱정없이 사는게 너무 좋았다. 제일 마음 편하게 살았던 시간이었다.

 

복학을 하고 다시 시작되었다. 난 복학하기 전 공장에서 일을 했고, 그 돈을 쪼개어 1년동안 학교들 다녔다. 복학하고 1년동안 정말 공부만 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난 계속 쓰면서 공부했다.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쓰고, 그걸 다시 정리해서 쓰고, 그걸 다시 배껴서 쓰고 계속 반복하면 1등은 못해도 2등, 3등은 할 수 있었다. 

 

3학년이 되고, 정말 다시 시작되었다. 돈돈돈. 과외를 구해도 5개월 이상을 못했다. 그래도 띄엄띄엄 과외를 끊이지 않게 했다. 공부도 계속 열심히 했다. 정말 아무 생각 안하고 노는 건 게임과 술, 친구들과의 농담이었다. 정말 놀땐 열심히 놀고 공부만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다음달은 편하게 살까 걱정은 계속 되었다.

 

4학년이 되고 난 대학원을 가려고 했고, 4학년 2학기 부터 학교앞에서 자취를 했다. 친구 네코랑 했고 네코는 보증금을 자기가 내고 월세만 반반 내자고 했다. 난 그때 중국집 쌍둥이 아들 과외를 하면서 45만원을 받았고, 월세에 반인 15만원을 낼 수 있었고 생활비도 쓸 수 있었다. 하루에 만원 30일을 살면 끝이었다. 하루만 삐끗하면 끝이었다.

 

대학원을 가고 학자금 대출을 받아버렸다. 랩실에서 돈이 나왔지만 월세로 내면 끝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아껴서 쓰고, 과외도 하나 해서 버텼다. 계속 버텼다. 돈 나올 구멍은 내가 만들어야 했다. 아껴서 쓰고, 버텼다. 매일 버텼다. 

 

4학년에서 대학원까지 자취했던 2년 반의 시간에서 정말 실감했다. 대학원 괜히 왔다. 돈 벌었어야 했다.

대학원은 돈도 안주지만 군대보다 분위기가 안좋았다. 난 버텼다. 벼텨야 여길 나가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리고 난 졸업을 했다. 결국 난 집에 한 푼도 안받고 대학원까지 졸업을 했다. 정말 오랜 시간 돈돈돈, 돈없이 사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대기업에 취직해서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난 돈을 몰랐고, 돈을 벌면서도 돈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에게 돈은 걱정거리였고, 항상 숨막히게 날 옥죄는 것이었다. 그게 날 계속 돈에 무관심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제 회사 10년차가 되어서야 돈을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 나는 가정도 있고 아이들도 있고 무엇보다 목표가 생겼다. 난 돈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려고 한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그 자유를 향해 가고 있다는 걸 믿는다. 난 5년만에 목표를 이룰 것이다. 난 할 수 밖에 없다.

 

돈에 대한 안 좋았던 기억을 여기다 던져 넣고 앞으로 가야겠다.